Issue 154, July 2019
안젤리카 메시티
Angelica Mesiti
언어 바깥의 음(音)과 몸
두 사람이 있다. 서로를 알기 위해 눈빛, 손짓과 발짓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보지만 그들 사이엔 딱 하나, 언어가 없다. 언어 없는 의사소통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? 스마트폰에 대고 원하는 문장을 말하거나, 궁금한 글자를 사진으로 찍기만 해도 척척 다른 언어로 번역해 주는 세상인데 이런 질문은 이제 별 소용이 없을지도 모르겠다. 그럼에도 불구하고, 누군가는 여전히 비슷한 고민을 품고 산다. 호주 출신 작가 안젤리카 메시티(Angelica Mesiti)도 어쩌면 그런 부류에 속한다. ‘비언어(non-verbal language)’를 통한 의사소통을 시각 언어로 ‘번역’하는 메시티의 작업은 문자 기록 바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층위의 시도들을 보여준다. 소리, 몸짓이라는 단어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상영되는 여러 개 스크린의 불이 잠시 꺼질 때, 그 침묵과 암전 속에선 ‘관계’에 관한 질문이 잔상처럼 떠다닌다.
● 이가진 프랑스통신원 ● 사진 폴스킨 아츠 & 커뮤니케이션스 카운셀러스(Polskin Arts & Communications Counselors) 제공
'ASSEMBLY' (production still) 2019 Three-channel video installation in architectural amphitheater. HD video projections, colour, six-channel mono sound 25 mins Dimensions variable ⓒ Photography: Bonnie Elliott Commissioned by the Australia Council for the Arts on the occasion of the 58th International Art Exhibition-La Biennale di Venezia Courtesy of the artist and Anna Schwartz Gallery, Australia and Galerie Allen, Paris